길거리 버스킹 사랑 나눔 30년 '아름다운 듀엣'-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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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가수 수와진…인천에 법인 세우고 자선공연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요즘 하루에만 8∼10시간씩 자선 공연을 하는데 아무래도 천생 가수 팔자인가 봅니다"

노래 '파초'로 유명한 쌍둥이 형제 가수 '수와진'의 형 안상수 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하루도 쉴새 없이 공연하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가 2013년 불우이웃을 돕고자 인천시 부평구에 세운 사단법인 수와진 사랑더하기 사무실도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미추홀 산타클로스 행사 준비에 부산했다.

시민들이 직접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차상위계층 가정에 선물 꾸러미를 전달하는 행사다. 올해는 자원봉사자 1천200명과 승용차 250대가 동원돼 인천, 김포, 태백, 곡성의 2천 가정에 선물을 전한다.

쌍둥이 가수 수와진의 '이웃 사랑'은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상수 씨와 동생 상진 씨는 1984년 강원도 원주 군 복무 시절 KBS 중앙문선단 위문 공연에 부대 대표로 나가 'J에게'를 불렀다가 가수 전영록 씨의 눈에 띄었다.

1년 뒤 전 씨 소속사였던 준프로덕션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수와진은 소속사 대표 몰래 첫 거리 공연에 나섰다. 이른바 '버스킹'의 시초였다.

"막내 여동생이 세 살배기 때 심장병으로 죽었어요. 부산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로 유명한 김옥희 수녀님께 공연으로 모은 돈을 보내 첫 후원을 시작했죠"

수와진은 이 후원을 계기로 1987년 명동성당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 공연을 하게 됐다. 이 행사가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자연스레 가수로 데뷔했다.

KBS 가요대상 신인상과 MBC 아름다운 노래 대상 등 각종 상을 거머쥔 형제 가수에게 1989년 비극이 찾아왔다.

동생 상진 씨가 괴한들로부터 피습당해 뇌수술을 세 차례나 받고 폐 종양 등의 합병증을 앓으면서 가수 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상수 씨가 1995년 솔로 데뷔를 하고 동생도 차츰 건강을 회복하면서 2007년 듀엣곡을 발표했지만 홀로 하는 거리 공연으로는 후원금 모으기도 벅찼다.

그는 이웃 돕기나 봉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의 법인을 세웠다고 했다.

상수 씨는 인천 내 아파트 운영위원회나 지자체에서 "공연을 해 달라"고 신청하면 어디든 달려 간다. 모금함을 앞에 둔 일명 '돗자리 콘서트'다.

"원래는 도시에서 층간소음 분쟁 등 다툼이 너무 많으니까 단 하루라도 주위 이웃과 소통하라는 의미에서 시작한 공연인데 후원으로 이어졌죠"

혼자 시작한 법인은 이제 회원 수 5천여 명, 자문·운영위원 200명 규모로 몸집이 제법 커졌다.

자동이체(CMS)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아직은 거리 공연 모금이 전체 후원금의 40%를 차지한다.

상수 씨는 "올해도 고급 이불과 생활용품 등으로 꾸린 산타클로스 선물 세트를 준비하는 데 3억 원이 넘게 들었는데 아직 1억2천만 원가량을 더 모아야 해 매일 자선 공연과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웃었다.

전국적으로 시민 산타클로스 20만 명이 50만 가정에 선물 꾸러미를 전달할 때까지 나눔 사업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부여와 창원까지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그는 4일 "영하 25도에서도 노래했는데 이번 추위에서도 얼마든지 자선 공연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래로 이웃 나눔을 이어가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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